익명의 편리함/주관의 지배

2013년 10월 22일의 눈물

望이 2013. 10. 22. 23:35

할머니가 싫고 할머니를 싫게 만든 이 상황조차 싫다. 할머니가 싫어지는 내 자신도 싫다. 

더 사랑하고 잘 지내도 모자란데, 힘들다. 이 상황에서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죽여버릴거야. 안그래도 비참하니까. 

억지로 웃는 척하는건 아니다. 그 상황에는 잊어버리고 그 즐거움에 집중한다. 당장의 쾌락에 몰두한다. 그러나 현실과 부딪히면 그 두려움에 무릎을 꿇는다. 아니, 회피한다. 보지 않는 척한다. 

그런데 그게 너무 습관이 되서.. 대면하고 마주하는 법을 모르겠다. 난 지금 너무 힘들다.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힘들어서 경윤이도 자꾸 생각나고 자꾸 페이스북을 열며 사람들과 더욱 대화를 한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다.

십자가로 돌파한다는 것은 뭘까. 그래봤자 내가 할 수 있는건 말씀읽는거 아닌가..

엄마가 메일을 보냈던게 생각이 난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이곳에 오니 할머니라는 짐을 던거같아서 맘이 편하다고 했다. 그때 당시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부모님은 충분히 힘든 상황가운데 있으니까, 그렇게 어떤 한 부분이라도 쉬워진다면 그정도는 내가 희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미 할머니를 짐으로 받아들여 버린거같다는 기분이 든다. 할머니는 짐이 아닌데. 짐이 아니어야 하는데..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룸메이트고 내 도움을 조금 더 필요로 하는 가족인건데 그때 짐을 떠맡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듯하다.

도대체 내 감정이 지금 뭔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말만 하면 다 무시하고 싶고, 소리지르고 싶고, 상처주고 싶은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한데.. 그렇다고 무엇하나 내가 위안을 삼을 것이 없다. 난 하고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고, 지금 당장은 내 자신에게 도움하나 못 줄 스터디를 타의로 시작하게 되었으며, 내가 하고 싶은 대학원공부는 시작조차 불투명하다. 

나는 지금 왜 눈물이 나는걸까? 내 불쌍한 미래때문에? 해결하지 못할 할머니와의 갈등때문에? 빼앗긴 듯한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진심으로 내 걱정을 해주고 격려해줄 지인이 없어서?

내 불확실한 이 여정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