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 짜증나는것도 있고 , 뿌듯한 것도 , 죄송한 것도 , 가끔 감동받을때도 , 안쓰러울 때도 있다. 참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는 현재 죽음하고 멀지 않아보이신다. 삶의 끝을 보내는 사람과 살아본적이 있는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의 미래, 아니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엄마를 먼저 떠올린다. 할머니에겐 잔인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위한답시고 드는 생각은, 차라리 사람이 자기구실을 하기 어려울 때에 이르기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 본인에겐 더 평안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할머니는 매일매일이 다르다. 사람의 습관이란게 있는데, 그 습관을 기억지 못할 정도로 뇌의 노화가 진행이 되면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매일 무언가를 찾느라 온집을 뒤집으시고, 냄비를 쌔카맣게 만드는 일이 빈번해지며, 같은 것을 설명하는것이 매일 새로운 일이 된다. 남탓 또한 빠질수 없다. 왜냐? 스스로 저지른 사실을 기억조차 못하시니까. 그러니 걱정도 의심도 늘어만 간다.
다 좋다. 상대방의 인내심이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다면 그 정도야 이해할수 있는 일이다. 내가 한번더 조심하고, 한번더 수고하고, 한번더 일러드리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노화가 뇌뿐아니라 온몸 뼈속 구석구석까지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아파서 몸을 움직이질 못하시니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티비와 신문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만약에, 그것이 기약없는 매일매일의 삶이라면? 옆에서 간접적으로 겪는 나조차도 질리는 이 생활이 할머니에겐 어떨까. 그러나 할머니는 티비를 틀었을 때 나오는 영화광고를 무한반복으로 돌아가던 말던 놔두신다(어쩔땐 할머니가 리모콘을 작동시키는 법을 잊으셨나 착각이 들정도로). 방안에서만 듣는데도 무슨 영화의 어떤 내용의 예고가 나오고 있는지 달달 외웠다. 그러나 매일보는 그것이 할머니에겐 늘 새롭게 느껴지는지.. 채널을 바로 돌리질 않으신다.
할머니는 이제 혼자 살 수 없다. 이제까지 엄마가 오기 전엔 혼자 사셨다지만 그게 불과 일년전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또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내가 없다면. 할머니는 한달도 못버티시고 병원에 실려가시거나 심각하다면 그게 임종이 될지 모른다. 난 무기력한 할머니를 보며 생각한다.. 엄마아빠가 저정도로 늙게 된다면? 또한 그게 나라면? ........
할머니는 늘 총기넘치시고 부지런하시고 지식열 또한 넘치셨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티비에 잡혀사는 마루의 노예가 되버렸다.. 난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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